“세상에 이런 법이 어딨어.” 우리가 자주 하고 듣는 말. 네, 그런 법은 많습니다. 변호사들이 민형사 사건 등 법 세계를 통해 우리 사회 자화상을 담아냅니다.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한 막연한 기대심리나 불안. 이것이 법률 시장의 특이점 중 하나다. 법률 시장을 혼탁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다. 변호사의 사적 인맥이나 전관 이력 등이 사건의 진행 과정 및 결론을 바꿔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 말이다. 무엇이 먼저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러한 사고에 사로잡힌 사람들도 많고 그러한 사고를 이용하는 상술도 여전히 횡행한다.
‘보이지 않는 힘’은 정말 존재하는가? 재판과 수사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러한 힘이 작동하는 사례가 실제보다는 훨씬 부풀려 있다고 단언할 수 있다. 법조계 사람들이 생각보다 양심적이고 강직하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그러한 힘이 작동하기 위한 조건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당신이 심각한 형사사건에 연루되었다고 치자. 그 사건을 덮기 위해, 마음먹고 큰돈을 마련해서 담당 검사와 연이 있는 변호사를 어렵게 선임했다고 가정해보자. 당신이 기대하는 힘이 작동하려면 그 변호사에게 실제 그만한 영향력이 있어야 한다. 요즘 세상에 담당 검사와 지연·학연 따위가 있다는 정도로는 턱도 없고, 그 검사와의 사적 인연이 아주 각별해야 한다. ‘전관 특혜’ 같은 것을 바란다면 그 변호사의 과거 검찰 이력이 매우 화려했어야 한다. 그리고 또 중요한 조건이 있다. 당신의 사건을 담당하게 된 검사의 직업윤리가 ‘다행스럽게도’ 몹시 취약해야 한다.

생각보다 까다로운, ‘보이지 않는 힘’의 작동 조건


여기서 간과하기 쉬운 사실 두 가지가 있다. 변호사가 사건에 그러한 영향력을 실제 행사하는 것과 검사가 그에 휘둘리는 것 모두, 당사자들에게 매우 부담스러운 문제라는 점이다. 업계에서의 평판이나 신망을 망칠 수 있는 문제이고 자칫 ‘직을 걸어야’ 하는 문제일 수도 있다. 아주 냉정하게 말하자면 당신이 그 변호사에게 건넨 돈은 그러한 부담을 감내할 수준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당신은 그 변호사와 검사 사이에 사적으로 벌어지는 일을 제대로 알 길이 없다. 적잖은 돈을 받은 변호사가 공식적인 의견서 제출 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한들(심지어 그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다 한들), 뭘 따져 묻기도 어렵다.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한 기대나 불안을 이용하는 법률 시장이 전적으로 판매자(변호사) 측에 유리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차피 ‘보이지 않는’ 힘 아닌가.
전관 특혜와 관련하여 인상적으로 기억되는 사례가 하나 있다. 판사 A는 어느 날, 사법연수원 은사이자 두루 존경받던 선배 법조인 B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A에게 배당된 사건의 핵심 당사자가 자신과 막역한 사이임을 알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A가 어떻게 했을까. 사건을 원칙대로 처리했고, 훗날 B에게 섭섭하다는 토로까지 듣게 되었지만 별 타격이 없었다. 그리고 A는 그 사건 이후, B에 대한 존경심을 완전히 거두었다고 말한다.
내가 이 얘기를 듣고 놀랐던 것은 A보다 B의 처신이었다. 존경받던 법조인이 후배한테 그런 연락을 한다고? 까마득한 후배의 직업윤리를 그렇게 함부로 폄훼하며, 본인의 평판을 그토록 한순간에 망쳐버린다고?
내가 아는 한 법조계에 A처럼 대수롭지 않게 곧은 사람은 꽤 있고, B처럼 무리하고 어리석은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니 잘 생각해야 한다. 당신이 ‘변호사 빽’을 바라고 쓰는 돈은, 마치 대단한 ‘빽’이라도 있는 것처럼 거들먹거리는 변호사들의 배만 불릴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