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으나, 국민의힘은 공천 파동부터 후보 구인난까지 겪고 있다. 이 와중에 장동혁 대표는 돌연 미국행을 택했다.6·3 지방선거가 한 달여 앞이지만 국민의힘은 후보를 내는 데에 난항을 겪고 있다. 대구·울산 등 주요 격전지는 공천 파동으로 인한 여진이 길다. 유력한 대구시장 후보였던 주호영 의원은 법원에 낸 컷오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자, 4월8일 기자회견을 통해 “항고심 판단까지 지켜본 뒤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라고 밝혔다.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 역시 4월14일 장동혁 당대표를 향해 “8인 경선을 복원하라”고 요구했다. 울산 역시 만만치 않다. 현 울산시장인 김두겸 예비후보가 공천을 받았지만, 박맹우 전 울산시장이 컷오프에 반발하며 4월7일 흰색 점퍼를 입고 나타나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후보가 여럿 나왔음에도 재공모를 거듭한 곳도 있다. 바로 최다 유권자(2025년 대선 기준 1171만1253명)가 있는 경기도다.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로 양향자 최고위원과 함진규 전 의원이 일찌감치 공천을 신청하고 면접 심사까지 마쳤으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는 재공모를 택했다. 민주당 추미애 후보에게 맞설 중량감 있는 인재를 더 찾겠다는 이유였다. 박덕흠 공관위원장은 4월7일 “최대 광역자치단체인 경기도가 가지는 정치적 상징성을 고려할 때 역량 있는 인재들에게 경쟁의 문을 더욱 폭넓게 열어 치열한 경선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이에 4월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양향자 최고위원은 공개적으로 반발하며 “추가 공모를 앞두고 일부 당 지도부와 공관위에서 흘러나오는 말은 엽기적이고 기이하기 짝이 없다”라고 말했다. 양 최고위원은 “‘지명도가 있어야 한다’ ‘반도체 전문가를 찾는다’고 하는데 당원이 뽑은 선출직 최고위원이자 반도체 AI 첨단산업위원장(양 최고위원 본인)을 두고 이 무슨 해괴한 말인가”라고 덧붙였다.
반발을 뒤로하고 국민의힘은 4월10~12일 경기도지사 후보를 추가 공모했다. 조광한 최고위원과 이성배 전 MBC 아나운서만이 등록했다. 결국 맥없는 4파전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국민의힘 관계자 A씨는 “도지사 후보가 마땅치 않은데 그 밑에 있는 지자체장과 시·도의원 선거가 되겠느냐.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투표장에 아예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여러 지역에서는 후보 구인난이 벌어졌다. 국민의힘은 3월 초부터 광역·기초단체장(3월5~8일), 광역의원(3월5~10일), 기초의원 후보(3월5~11일)를 모집했으나, 후보자가 구해지지 않아 이후에도 여러 번 후보자 추가 공고를 냈다. 득표수에 따라 2~4명이 선출되는 기초의원(시·군·구의원)의 경우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일대일로 겨뤄서 한 명만 선출되는 광역의원(시·도의원)은 몇 차례 추가 신청 공고에도 후보 자리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 중랑구는 제1~4선거구 모두 국민의힘 시의원 후보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4월16일 선거관리위원회 기준).
서울 지역의 국민의힘 당협위원장 B씨는 “후보가 없어서 고민이 크다. 국민의힘 당선 가능성이 낮은 서울 내 구청장 선거는 정말 어렵게 후보를 모시고 있다. 지도부가 이걸 아는지 도통 모르겠다”라고 한탄했다. 경기 지역 당협위원장 C씨는 “현재 경기도 시흥의 경우 국민의힘 시장 후보가 없는 상태다. 이대로라면 민주당 후보가 무투표로 당선되게 생겼다. 다들 국민의힘 후보로 나와봤자 승산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 같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 D씨는 “지금 국민의힘 지지도를 보면 서울 13%, 인천·경기 17%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후보로 나서겠나?”라고 말했다.
극우 지지층 겨냥하는 행보일까
이 와중에 장동혁 당대표는 4월11일부터 16일까지 미국을 방문했다. 미국 공화당 출신 인사들이 이끄는 국제공화연구소(IRI)의 초청에 따른 것으로, 최측근이자 강성 당권파로 분류되는 김민수 최고위원 등이 동행했다. 장 대표는 4월12일 페이스북에 “지금 대한민국은 자유와 법치, 시장 질서까지 흔들리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위기의 대한민국 앞에서 우리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야 한다. (···) 저는 어제, 세계의 자유를 지키는 최전선 워싱턴으로 출발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코 외면할 수 없기에 나아간다”라며 방미 이유와 포부를 밝혔다.
선거를 코앞에 둔 당대표의 이례적인 미국행에, 장동혁 대표가 지방선거를 아예 포기한 것이냐는 당내 비판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서울시당 공관위원장인 배현진 의원은 4월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 “민주당 정청래(대표)는 전국을 휩쓸고 있던데 불러주는 곳 없다고 공천 올스톱시키고 미국 가는 당대표. 누가 이해하겠습니까”라며 장 대표를 저격했다. 장동혁 지도부에서 제명을 당한 친한동훈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4월15일 미국 국회의사당 앞에서 장 대표와 김민수 최고위원이 찍은 사진을 올리며 이렇게 썼다. “지방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후보들은 피눈물 나는데 해외여행 화보 찍으십니까? 꼭 이런 걸 공개해 민주당에는 조롱받고, 우리 당원들 억장 무너지게 해야겠습니까?”
장동혁 대표와 김민수 최고위원의 미국행이 극우 세력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4월13일 김 최고위원은 본인의 페이스북에 장 대표가 조 그루터스 미국 공화당 전국위원회 의장을 만난 사진을 올렸다. “그루터스 의장은 우리에게 ‘투표 참여는 더 많이, 부정투표는 더 적게(Vote more, cheat less)’라는 강렬한 메시지를 남겼다”라는 문구와 함께였다. 친트럼프 인사인 그루터스 의장은 플로리다주 상원의원으로, 부정선거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우편투표 인정 범위를 제한하는 법안을 지지한 사람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 D씨는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이번 미국행의 의도는 사실상 윤어게인 세력, 부정선거론자들과 함께하겠다는 거 아닌가. 이렇게 지선을 포기해도 되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친장동혁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 E씨는 다른 곳으로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지금 지방선거가 코앞에 있는데 미국에 왜 가느냐고 비난하는 사람들은 평소에도 장동혁 대표가 선거에 도움이 안 되니까 나타나지 말라고 악담하는 사람들 아니냐. 그 사람들은 늘 우리 당에 힘을 보태기보다는 맥이 풀리게 하는 사람들이다.” 그는 덧붙였다. “계엄과 탄핵, 대선 패배라는 최악의 상황을 겪었지만 합법적이고 정통성 있는 전당대회를 통해 당을 수습했다. 그런데 지도부에 힘을 보태기는커녕 끊임없이 지도부를 흔들어대고 갈라치기를 하려는 ‘검은 세력’ 때문에 안 그래도 힘든 지방선거가 더 힘들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