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6일 2차 종합특검(특별검사 권창영)은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이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에 개입을 시도한 정황을 확인”했다며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다.[특검IN]검사와 변호인의 ‘형량 거래’ 정황이 담긴 통화 녹음 파일이 등장했다. 그중 한 대목이다. 변호인이 검사에게 묻는다. “검사님께서 그렇게 해서 우리가 입장 변화를 하면, 여러 가지 다른 것들은 다 그냥 안 하시는 거예요.” 검사가 대답한다. “구체적인 부분은 한번 상의를 하시죠. (···) 제가 한 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제가 약속드린 거는 거의 그대로 될 겁니다(웃음).” 그러자 변호인도 웃으며 대화를 이어간다. “이래도 되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나는.”
두 사람의 통화는 2023년 6월19일 이뤄졌다. 통화 속에 등장하는 검사는 박상용 인천지검 검사다. 수원지검 소속이던 2023년 3월, 쌍방울그룹의 2019년 800만 달러 대북 송금에 관여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기소했다. 통화 속 변호인은 당시 이화영 전 부지사의 변호를 맡았던 서민석 변호사(법무법인 해광)다. 서 변호사는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청주시장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로 나섰지만, 4월8일 후보 경선에서 탈락했다.
3월29일 서민석 변호사는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사건의 진실은 이미 무너졌다. 진술은 설계되었고 압박과 회유 속에서 만들어졌다”라며 박상용 검사와의 통화 녹음 일부를 공개했다. 3년이 지난 시점이 되어서야 공개한 건 “신이 도와준 것처럼, 사라진 줄 알았던 녹음 파일을 4일 전(3월25일) 휴대전화 다른 폴더에서 찾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현재까지 부분적으로 드러난 두 사람의 통화는 2023년 5월25일과 6월19일 두 차례다. 서 변호사는 4월9일 현재까지 전체 통화 녹음 파일을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
서민석 변호사가 “진실이 무너졌다”라고 주장한 쌍방울그룹의 대북 송금 사건은 이재명 대통령의 경기도지사 시절 벌어졌다. 검찰은 2019년 쌍방울이, 경기도가 북한에 지급하기로 한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와 북한이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대통령 방북 비용으로 요구한 300만 달러를 대납했다고 의심했다. 이 사건에 관여한 이화영 전 부지사는 2025년 6월5일 뇌물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7년 8개월을 확정받았다. 대법원은 1·2심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쌍방울의 대북 송금이 스마트팜 사업비와 이 대통령의 방북 비용 명목이라고 판단했다.
이화영 전 부지사는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동시에, 검찰 수사가 이재명 대통령으로 향하는 ‘통로’였다. 검찰은 2024년 6월12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이던 이재명 대통령을 이 사건과 관련해 ‘제3자 뇌물’ 혐의로 기소했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제3자’인 북한에 준 돈은, 사실상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에게 쌍방울의 대북 사업을 도와달라며 부정한 청탁을 하고 준 뇌물이라는 논리였다. 박상용 검사는 4월7일 국민의힘이 단독으로 연 ‘민주당의 공소취소·재판조작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이화영 전 부지사가 윗선,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내밀한 관여 부분을 자백하는 제보자 또는 목격자”였다고 주장했다.
이화영 전 부지사는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모든 혐의를 부인하다 2023년 7월18일 돌연 공개적으로 진술을 번복했다. 이날 수원지방법원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 심리로 이화영 전 부지사 뇌물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40차 공판이 열렸다. 이 전 부지사 변호인단은 재판부에 “그동안 피고인(이화영 전 부지사)은 쌍방울그룹의 경기도지사 방북 비용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일이고 관여하지 않았다’라는 입장이었는데 (최근 검찰 조사에서) ‘쌍방울에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을 한번 추진해달라는 말을 했다’라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에 방북 비용을 대납해달라고 요청했는지 등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박상용 검사와 서민석 변호사 사이 통화는 이날 공판이 열리기 한두 달 전에 이뤄졌다. 더불어민주당은 통화 속 박 검사의 이야기를 토대로, 검찰이 이재명 대통령을 엮기 위해 사건을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부지사가 검찰이 원하는 진술을 하지 않자 변호인을 통해 회유하고 압박했다는 이야기다. 2023년 5월25일 박 검사는 서 변호사에게 “부장님, 저희를 조금 도와주시면 좋겠다. 내일 이 부지사를 한 번만 봐주시면 안 되겠냐 (···) 생짜 부인을 해서 지금 입장으로 계속 간다? 그러면 저희는 한 10년 이상 구형을 할 거고 당연히”라고 말을 꺼냈다. 서 변호사가 “그냥 죽어버리는(처벌받는)” 방안을 거론하자 “자기 비리를 알고 있는 사람을 어떻게 사면해주냐”라고 덧붙였다.
25일 뒤인 2023년 6월19일 통화에서는 조금 더 구체적인 이야기들이 나온다. 박상용 검사는 서민석 변호사에게 “지금 사실은 이화영씨가 법정까지 유지시켜줄 진술이 저희가 필요한 거고, 이재명씨가 완전히 주범이 되고 이 사람이 종범이 되는 식의 자백이 있어야 저희가 그거를 할 수가 있고 (···) 보석으로 나가는 거라든지 추가 영장을 안 하는 것도 가능해진다”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박상용 검사가 결론을 먼저 설정해놓고, 그에 맞는 진술을 확보하기 위해 ‘형량 거래’를 제안한 근거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상용 검사는 4월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물을 통해 통화 내용이 ‘짜깁기’되었다면서 “서민석 변호사가 먼저 종범 의율을 주장했고, 그것이 안 된다고 하면서 거절하는 과정”이라고 반박했다.
“이재명씨가 주범 되는 식의 자백 있어야”
같은 날(2023년 6월19일) 박상용 검사는 서민석 변호사에게 “제3자 뇌물이든 직접 뇌물이든 공범을 이재명이랑 같이 갈 거고 직권남용도 공범으로 갈 거고, 그렇게 기소가 되면 결국 절대 신진우 재판장이 선고할 수 없는 사이즈가 된다. 그렇게 되면, 좀 지나면 이 부지사는 아마 나갈 거다”라며 혐의 구성 방향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한 뒤, 이화영 전 부지사의 석방 가능성을 암시했다. “수사팀이 한 명만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저 말고 다른 팀도 있어 저는 그걸 이제 설득해야 한다”라는 박 검사의 제안 뒤, 서 변호사가 “검사님 위에 부장, 검사장”이라고 말하자 “제가 그러니까 그것을 설득하겠다는 거죠”라면서 ‘윗선’도 언급했다. 민주당은 이를 두고 검찰의 조직적인 ‘사건 설계’ 의도가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상용 검사는 “일관되게 이화영 측에 진실을 밝힐 것을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화영 부지사는 수집되는 증거가 늘어나자 어느 순간부터 입장을 바꿔 자신에 대한 범행은 물론이고 상사인 경기도지사에게 쌍방울 대북 송금 등을 보고한 사실을 자백할 뜻을 비추었다. 그런데 외부 세력으로부터 압력이 심각한 상태였고, 그로 인해 이화영의 입장은 계속 바뀌었다. 이번 녹취에서 보듯 이화영 측에게 증거, 법리, 자백할 경우 받을 수 있는 선처의 종류를 설명하고 제보자로서 이화영 부지사에 대해 법이 허용하는 한 보호하고자 노력했다. 맥락이 완전히 삭제된 ‘지라시 녹취’로 진실을 밝혔던 수사를 가리는 시도는 성공할 수 없다고 믿는다(4월5일 페이스북 게시글).”
4월6일 서민석 변호사는 서울고검 인권침해점검 TF에 출석해 박상용 검사와의 통화 녹음 파일을 증거로 제출했다. 서 변호사는 〈시사IN〉과의 통화에서 “2023년 5월25일과 6월19일 통화 내역의 전체, 시작부터 끝까지 다 검찰에 제출했다”라고 말했다. 박상용 검사의 말대로 정당한 자백 유도를 한 것인지, 수사 권한을 남용해 사건을 조작하려고 했는지는 수사 결과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4월6일 2차 종합특검(특별검사 권창영)은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이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에 개입을 시도한 정황을 확인”했다며 서울고검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았다. 4월9일 박상용 검사를 피의자로 입건하고 출국금지 조치한 뒤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