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컴백 공연에 서울시가 전례 없이 예산을 투입했다. 민간기업 행사에 주최 측이 부담해야 할 화장실 설치, 쓰레기 수거 등 비용에 세금을 썼다.

개방 화장실 관리(3000만원), 관광 가이드북 제작(1867만원), CP(통합현장본부) 운영(1756만원), 자원봉사 안내·통역 인력 지원(1590만원), 폐기물 처리(800만원), 공공자전거 안전펜스 대여 및 철거(495만원)···. 행사 안내 포토카드, 자원봉사 안내, 환대 현수기 등에도 서울시 예산이 투입됐다. 〈시사IN〉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는 예산 약 1억3000만원을 방탄소년단(BTS) 컴백 공연에 썼다.
서울시가 3월21일 진행된 BTS 컴백 공연을 위해 광화문광장 전역의 사용을 허가하며 주최 측인 하이브에서 받은 돈은 사용료 3258만1450원이다. 쓴 돈은 훨씬 많다. ‘3월21일 공연에 대한 각 기관별 예산’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각 부서와 산하기관이 편성한 지원 예산은 총 1억2790만원이다. 당일 행사를 위해 서울시 3012명, 종로구 366명, 중구 358명으로 인력 총 3700여 명이 동원됐는데, 이에 따른 공무원 특별휴가와 수당 등은 포함하지 않은 금액이다.
예산편성 근거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안전사고 예방 및 공공질서 유지를 위한 통상적인 행정 운영 범위로 예산을 책정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간기업 행사에서 화장실 설치, 쓰레기 처리, 인력배치 비용까지 주최 측이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세금으로 대신 메워준 것은 ‘수익자부담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정책위원은 “폐기물 처리나 행사 안내 포토카드 제작, 자원봉사자 운영은 주최 측에서 부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공공자전거 보호도 공연 주최 측의 책무로 보인다. 서울시가 홍보 목적으로 사용했다고 보더라도, 직접 주관하는 행사가 아닌데 이 정도로 예산을 사용하는 전례는 찾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인파 관리에 끌어다 쓴 재난비상금


‘재난관리기금’ 사용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종로구의 ‘BTS 광화문광장 공연 대비 인파 안전관리 대책’ 문서에 따르면, 행사 전날부터 인근 노숙 대기 관리를 위해 전문 용역 인력 22명과 직원 5명이 배치됐다. 그런데 종로구는 이 용역 인력 고용 예산 600만원의 출처를 ‘시 재난관리기금 교부 예정’이라고 적었다. 재난관리기금은 지자체가 재난 사전 예방과 사후 복구를 위해 법적으로 적립해야 하는 의무 기금이다. 민간기업 행사로 발생하는 인파 관리에 시민들의 재난비상금을 끌어다 쓴 셈이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시 재난관리기금 외에) 해당 행사를 위해 종로구 예산을 별도로 편성하지는 않았다. 다만 공연 관련 안내 현수막 제작을 위해 구비 95만7000원이 집행됐다. 직원 인건비는 별도 산출이 어려운 구조다. 시 재난관리기금의 경우 올해 상반기 인파 관리 관련 교부 신청을 한 것이고, 아직 확정된 금액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중구 역시 관련 비용에 구 재난관리기금을 사용했다. 중구청은 안전대책 관련 근무수당 1600만원, 용역비 1400만원으로 총 3000만원이 소요됐다고 밝혔다. 이 중 용역비는 구청의 재난관리기금에서 사용됐다.

BTS 컴백 공연은 행사 전부터 잡음이 일었다. 광화문 인근 31개 건물을 전면 폐쇄하고, 공연 일주일 전부터 일대 집회와 시위를 차단하는 등 대대적 통제가 이루어졌다. 공연 당일에도 경찰이 광화문광장을 콘서트장 내부처럼 폐쇄적으로 관리하면서 시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통제 탓에 관객도 예상만큼 모이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시민 불편을 담보로 공공인프라를 내주었지만, 넷플릭스에 송출 권한을 줬기에 유료 구독자에게만 시청권이 부여됐다.
그럼에도 ‘관’의 지원은 전방위적이었다. 1월15일 서울시 관광정책과는 광화문광장사업과에 광화문광장 사용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며 “BTS·넷플릭스의 글로벌 영향력을 감안할 때, 서울 도시 브랜드 제고와 관광 활성화를 위한 절호의 기회로 행사 지원 및 활용 필요”하다고 썼다. 공문에 공연이 무료로 진행된다는 점은 적었지만, 넷플릭스가 송출 권한을 가져간다는 내용은 빠져 있었다. 이 외에도 공연 전 서울시는 KT 광화문 지점에 광케이블 설치, 지하철 통제, 따릉이 철수 등 협조 요청 공문 총 12건을 관련 기관에 발송했다.

서울특별시를 포함해 행정안전부, 국가유산청,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 명칭’ 사용을 허가하기도 했다. 다만 행정안전부와 국가유산청,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행사에 예산을 직접 투입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한 해 50조원 이상인 서울시 예산에 비해 공연 관리 비용 1억3000만원이 그리 큰돈은 아닐 수도 있다. 서울시 홍보와 안전사고 방지라는 비용 투입 목적 역시 타당한 면이 있다. 그런데 각론을 둘러싼 비판과 반박은 오히려 근본적 질문을 잊게 만든다. 이 행사는 반드시 그 광장에서 열려야 했을까.
민간이 주최하고 사기업이 수익을 가져가는 공연을 지자체가 이 정도로 전폭 지원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일각에서 언급되는 가수 싸이의 2012년 서울시청 앞 공연은 서울시가 공식적으로 ‘주최’한 행사다. 민간기업이 주최하고 그 직접적 수익 또한 민간이 가져가는 이번 사례와 비교할 때 무리가 있다. BTS 광화문광장 공연이라는 특수한 사례는 두고두고 정부와 지자체의 고민거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 향후 개인이나 기업이 비슷한 행사를 연다며 ‘지원’을 요청해온다면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거절하면 ‘BTS만 되느냐’는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수락하면 또다시 적잖은 공적 예산이 쓰인다. 나쁜 선례가 남긴 늪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