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대전 오월드 동물원을 탈출한 늑대 ‘늑구’가 9일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시민들도 늑구의 무사 귀환을 반기며 환영했다. 17일 대전소방본부와 대전도시공사 등에 따르면 수색 당국은 이날 0시44분쯤 대전시 중구 안영동 대전남부순환도로 안영나들목(IC) 인근에서 늑구를 포획해 오월드로 이송했다. 마취총을 맞은 늑구는 오전 4시쯤 의식을 회복했으며 오전 9시부터 1시간에 걸쳐 응급 시술을 받은 뒤 동물원 내 별도 공간으로 옮겨져 회복 중이다.
수색 당국은 지난 16일 오후 5시30분쯤 “대전 중구 침산동 뿌리공원 인근에서 늑대를 발견했다”는 제보를 받고 일대 수색에 나섰다. 오후 9시54분쯤 인근에서 늑구로 추정되는 개체를 발견했지만 오소리로 확인되자 당국은 재수색에 나섰다. 이후 오후 11시45분쯤 오월드에서 2㎞쯤 떨어진 안영IC 인근에서 늑구를 발견한 뒤 17일 0시15분부터 30여 분에 걸쳐 포획 작전을 벌였다. 수의사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린 수색 당국은 늑구가 달아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접근한 뒤 마취총을 쏴 생포하는 데 성공했다.
포획 당시 늑구는 열흘간 야생을 헤맨 것을 치고는 양호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늑구는 오월드 내 병원으로 이송 후 실시한 혈액검사에서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지만 X레이 검사 결과 위에서 길이 2.6㎝의 낚싯바늘로 추정되는 물질이 발견됐다. 바늘이 위 깊숙이 위치해 천공(구멍) 가능성을 우려한 의료진은 늑구를 대전 유성의 동물병원으로 긴급 후송한 뒤 내시경으로 바늘을 제거했다. 오월드는 늑구가 열흘간 야생에서 지낸 점을 고려해 전염병 감염 여부 등을 검사한 뒤 기존에 지내던 늑대사로 다시 합사할 계획이다. 충분한 영양 섭취가 이뤄지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영양가 높은 먹이도 제공할 방침이다.
대전 오월드와 수의사 등에 따르면 탈출 당시 약 40㎏이었던 늑구는 2~3㎏가량 체중이 줄었지만 건강에는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국은 늑구가 지난 열흘간 나름의 먹이 활동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14일 새벽 모습을 드러냈을 때와 마찬가지로 기민하게 움직였고 드론과 서치라이트, 사람의 추격도 인지했다는 게 수색 당국의 설명이다. 현장에서 직접 마취총을 발사한 진세림 국립생태원 수의사는 “늑구가 계속 움직이는 상황에서 이어폰으로 드론 관측 내용을 들으며 위치를 파악했다”며 “관목 근처에서 늑구가 오는 것을 기다렸다가 20~30m 지점에서 마취총을 발사했고 허벅지에 명중했다”고 설명했다.
진 수의사는 늑구를 생포한 건 ‘천운’이었다고 강조했다. 마취도 중요하지만 깨어나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에 신속하게 늑구를 포획,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켜야 하는 상황이었다. 진 수의사는 17일 0시31분쯤 마취총을 발사했고 0시39분쯤 마취총을 맞은 늑구가 도주하는 모습을 열화상카메라를 통해 확인했다. 당시 놀란 늑구는 5~6분 사이에 400~500m를 도주했고 드론과 수색 인력이 동시에 추적에 나섰다. 늑구가 최종 발견된 곳은 수로였다. 머리를 수로에 박고 있던 상태였다. 진 수의사 등은 서둘러 기도를 확보한 뒤 오월드 내 동물병원으로 이송했다.
늑구의 생포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무사 귀환 환영” “집 나가면 고생이야”라며 환영했다. 일부 시민은 대전시와 대전도시공사에 늑구와 관련한 캐릭터를 만들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오월드는 관람객들이 늑구를 알아볼 수 있도록 이름표 등 표식을 달아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대전 오월드는 향후 동물들의 탈출을 막기 위해 안전시설을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기존 2m 높이의 철조망을 추가로 높이고 별도의 철조망도 설치할 계획이다. 늑대사의 경우 지하 1m 깊이로 설치된 철조망을 더 깊게 보강하고 동물원 내 원형 도로를 따라 이중 철조망을 설치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오월드 측은 늑구가 지난 8일 오전 9시18분쯤 탈출할 당시 늑대 우리 철조망 아래 땅을 파내고 입으로 녹슨 철조망을 20~30㎝ 물어뜯은 뒤 도주한 것으로 추정했다. 늑구는 2008년 러시아 사라토프주에서 ‘한국 늑대’ 복원 사업의 일환으로 들여온 늑대의 3세대 후손으로 2024년 오월드에서 태어났다. 이름은 사육사들이 붙여줬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