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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D-46] 여야 주요 10인 행보
대통령 집권 1년도 안 지난 시점에서 ‘차기 대권’은 금기어였다. 현재 권력이 가장 생생할 시기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특히 여권에서 그렇다. 정치 통념이 깨지는 시대인 지금 이 금기라고 무사할 리 없다. 6·3 선거판에서 2028년 총선, 그 너머 2030년 대선판을 상상하게 하는 행보들이 이어지고 있다. 후보로 등판하거나, 선거판을 짜거나 하는 이들에게서 복잡미묘한 생각이 읽힌다. 야권은 물론이고 여권에서도다. 이번 판을 달구고 있는 주요 인물 10인을 중심으로 판세와 전망을 짚어봤다. 여권에서 단연 주목받는 주자는 대구시장에 출마한 김부겸 전 국무총리다. 김 전 총리가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대구에서 승리를 거머쥘 경우 단숨에 대권주자 반열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특히 2014년 처음 대구시장 선거에 도전했을 때와 비교하면 당선 가능성도 한층 커졌다는 평가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부산 출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호남의 지지를 발판 삼아 2002년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것처럼, 대구·경북에서 김부겸 전 총리가 당선된다면 민주당 내에서 유사한 정치적 상징성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청래, 서울·부산 결과에 평가 달려 다만 대중적 인지도와 정치적 무게감보다 당내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은 극복해야할 요인으로 꼽힌다. 김봉신 메타보이스 대표는 “다른 단체장과 달리 총리까지 지낸 인물로 대선주자급 자격에는 손색이 없다”면서도 “시장직을 중도에 내려놓고 대권으로 직행할 경우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인 6선의 추미애 의원은 첫 여성 광역자치단체장 당선을 노린다는 점에서 이목이 쏠린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재임 시절 검찰개혁 법안 처리를 주도하며 당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확보한 점은 차기 주자로서 강점으로 꼽힌다. 이재명 대통령도 경기지사를 거친 만큼 추 의원이 승리할 경우 ‘경기지사=대권 직행’이라는 상징성이 다시 부각될 수 있다. 추 의원은 ‘추다르크(추미애+잔다르크)’라는 별명에서 드러나듯, 전투적 이미지가 강해 비토 또한 강하다. 향후 행정가로서의 역량과 구체적 비전을 제시해 외연을 넓히느냐가 숙제란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이 8년 만에 탈환을 노리는 부산·울산·경남(PK)에선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귀환 여부가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경남은 국민의힘과 접전이 예상되는 대표적인 격전지다. 민주당 내부에선 김 전 지사를 친노무현·친문재인계 ‘적자’로 보는 인식이 강한 만큼, 만약 김 전 지사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단숨에 차기 주자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전 지사는 이번이 세 번째 경남지사 도전으로, 2018년 민주당 출신으로는 두 번째로 경남지사에 올랐지만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실형이 확정되며 지사직을 잃은 바 있다.
두 자릿수로 늘어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도 범여권 차기 주자들이 승부수를 띄운다. 경기 평택을 재선거 출마를 선언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대표적이다. 조 대표는 한국갤럽이 3월 1주 실시한 ‘장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9%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여론조사 업체 관계자는 “아직 민주당에서 확실한 선두 주자가 부각되지 않고 있어서 조국 대표 지지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져 보이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평택을은 다자 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조 대표로선 민주당과의 선거연대를 통해 범여권 단일후보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당면 과제로 꼽힌다.
장동혁, 귀국 사흘 연기…당내 반발 키워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재·보궐 행선지도 관심사다. 송 전 대표는 지난 2월 돈봉투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자마자 민주당에 복당하며 정치 복귀를 선언했다. 송 전 대표는 자신의 5선 의원 시절 기반이었던 인천 계양을 출마를 희망하고 있다. 다만 이 경우 김남준 전 청와대 대변인과 경선을 치러야 하는 만큼, 당내에선 인천 연수을이나 경기 하남갑 등 다른 지역 출마 가능성도 함께 거론되는 상황이다. 송 전 대표의 경우 김민석 국무총리와 함께, 정청래 대표 체제를 대체할 후보군으로 꼽힌다.
야권에서 가장 관심이 쏠리는 후보는 오세훈 서울시장이다. 오 시장은 이번 선거에서 민선 최초 5선에 도전한다. 현재로선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 시장은 민주당 후보인 정원오 전 성동구청장에게 두 자릿수 격차로 뒤지고 있다. 오 시장이 이를 뚫고 승리해 낸다면 야권 대선주자 경쟁에서 단숨에 선두로 치고 나갈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장동혁 대표와 각을 세워온 오 시장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당의 지원이 아니라 본인의 경쟁력으로 만들어낸 승리라는 점에서 그 자체로 평가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앞서 공천 신청을 두 차례나 미루며 당의 노선 변화를 강하게 요구하는 등, 당내에선 보수 진영의 중도 외연 확장력을 지닌 인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설령 오 시장이 지더라도 당에 복귀해 변화를 이끌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선 출마를 공식화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당선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당원 게시판’ 논란으로 국민의힘에서 제명된 한 전 대표로선 원내 진입하는 게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민주당·국민의힘과의 3자 구도가 될 수 있어 당선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만일 한 전 대표와 민주당 후보와의 일대일 맞대결이 성사된다면 승산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부산 북갑은 지난 대선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에게 15%포인트 이상 뒤졌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한 전 대표는 ‘배신자’ 프레임을 극복하는 것이 관건인데, 만약 자신의 출마로 야권표가 분산돼 민주당 승리로 이어진다면 부산 북갑을 내줬다는 책임론까지 뒤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국민의힘 부산 의원이 자당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한 데 비해 당 지도부는 “무공천은 없다”고 맞선다. 일부에선 한 전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준석, 격전지서 ‘보수 대안’ 다지기 각 당 대표들의 향후 행보에도 시선이 모인다.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연임에 도전하는 정청래 대표로선 이번 공천 과정에서 친청 후보들이 경선에서 승리하는 걸 보며 당내 위상을 재확인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역시 서울과 부산 지역 승리가 중요하다. 한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이 설령 12대 4로 우위를 점하더라도 서울·부산을 국민의힘에 내주면 정청래 지도부는 ‘이겼다’는 평가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정 대표가 지방선거 승장으로서 대표 연임에 성공할 경우 2028년 총선을 관장하게 된다. 정 대표의 머리 속에 그로부터 2년 뒤의 대선이 있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장동혁 대표는 대구까지 격전지로 떠오를 정도로 리더십의 한계를 드러낸 데다 미국행까지 해 우려를 샀다. 17일엔 “미 국무부의 연락을 받았다”며 사흘 더(총 8박 10일) 체류하겠다고 해 반발이 더 커졌다. 대표 주변에선 “지방선거 이후에도 대표직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회의적인 시선도 강해지고 있다. 박동원 대표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홍준표 대표가 2021년 대선 경선에서 결국 탈락했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보다 당원 투표에서 밀렸는데 이건 지방선거 당시에 대한 평가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 보수 참패가 현실화할 경우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입지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범야권 일각에선 보수 재건을 위한 대안으로 오세훈 시장, 한동훈 전 대표, 이준석 대표 등의 연대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 대표는 서울·경기·부산 등 주요 지역에 개혁신당 후보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주요 격전지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 존재감을 키워, 보수 진영의 대안으로 입지를 다지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