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정세가 다시 한번 분수령을 맞았다. 이번 주말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재개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주요 걸림돌 중 하나였던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10일 휴전’에 합의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17일(현지시간) 이와 관련해 자신의 X계정에 “레바논 휴전 상황을 반영해 남은 휴전 기간 중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상선의 항해를 전면 허용한다”며 “(상선들은) 이란이 앞서 공지한 ‘조정된 경로’를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이란과 협상이 100% 완료될 때까지 해상봉쇄는 유지될 것”이라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전면 개방했다.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이란 간 추후 협상이 탄력을 받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조제프 아운 레바논 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대화한 사실을 공개하며 “두 정상은 양국 간 평화를 이루기 위해 16일 오후 5시(미국 동부시간, 한국시간 17일 오전 6시)부터 10일간의 공식 휴전에 들어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진 게시 글에서는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 실질적인 회담을 위해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와 레바논의 아운 대통령을 백악관에 초청할 것”이라고 했다. 양국 정상이 대면 회담을 갖게 되면 1983년 이후 43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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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란, 핵 포기·우라늄 이전 동의”…종전 속도낸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안보 관계 장관회의를 소집해 “가장 큰 우방인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와 긴밀히 공조하며 행동할 때 이스라엘은 그에게 협력한다”며 레바논과의 휴전 합의 사실을 밝혔다. 하지만 열흘간의 휴전 기간에도 이스라엘군이 현재 점령 중인 레바논 남부 전략적 요충지에 그대로 주둔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 휴전이 이뤄지려면 헤즈볼라의 수용이 필요한데, 헤즈볼라는 휴전 기간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에 주둔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해 여전히 진통이 예상된다.
이란과의 종전 협상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란과의 합의가 매우 근접했다. 다음 협상이 이번 주말에 열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특히 “평화 협정이 체결될 경우 서명하는 곳에 내가 직접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핵심 쟁점인 이란 비핵화에 대해서도 상당 부분 의견 접근이 이뤄진 상태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고 농축 우라늄을 미국에 내놓는 데 모두 동의했다면서 “우리는 그들이 20년 넘게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겠다고 한 매우 강력한 문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은 준무기급으로 평가되는 60% 농축 우라늄 약 440㎏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미국에 넘긴다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이란 핵무기 제거’라는 목표 달성을 앞세워 전쟁에서 발을 빼는 명분이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 개발을 포기하고 농축 우라늄을 넘기는 대가로 미국이 제시하는 당근이 무엇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종식을 거듭 낙관했다. 그는 이날 오후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한 호텔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도 “우리는 원하는 대로 할 수 있고 (전쟁이) 꽤 일찍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구상대로라면 이번 주말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양국 간 2차 종전 협상이 열리고, 이후 내주 이스라엘·레바논 정상의 ‘백악관 회담’이 곧바로 이어지는 상황을 맞게 된다.
미국과 이란 종전 협상의 중재국인 파키스탄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중재 역할의 ‘키맨’인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군 총사령관은 전날 이란을 방문해 협상 대표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과 아라그치 외무장관을 만나 조율에 나섰다. 로이터통신은 파키스탄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란 양측이 먼저 업무협약(MOU)를 체결한 뒤 60일 이내에 포괄적 합의문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양측 모두 원칙에는 뜻을 같이하고 있으며 기술적인 부분은 나중에 논의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란이 미국의 종전 협상안을 수용했는지 여부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양국이 2주로 설정한 휴전 기간을 연장해 협상 시간을 더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7일 양국이 합의한 2주 휴전은 오는 21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