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턱대고 지은 올림픽 경기장
활용 방안 없어 400억 적자
전국 곳곳서 K팝 공연장 추진
이러다 '하얀 코끼리' 천국 될라편집자주
'미지답(우리의 미래, 지방에 답이 있다) 포럼'으로 균형발전에 앞장서 온 한국일보 전국 취재기자들이 매주 월요일 날카로운 시선으로 지역 현안을 들여다봅니다.축제는 화려했다. 그러나 청구서는 쓰리고 아프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혈세 6,000억 원을 넘게 들여 지은 경기장 7곳의 누적 적자가 지난해 말 400억 원을 넘었다. 올해도 60억 원가량 추가 손실이 예상된다고 한다. 겉은 화려하지만 쓰임새가 없는 애물단지를 뜻하는 '하얀 코끼리(White Elephant)'가 되고 말았다.
수년 전 "경기장 중 한 곳을 수산물 냉동창고로 쓰고 싶다"는 업체의 제안을 일언지하 거절한 자신감은 사라진 채, 강원도는 정부에 관리를 읍소하는 처지다. 왕으로부터 선물 받았으나 쓰임새가 많지 않은 하얀 코끼리를 위해 많은 돈을 쓰다 파산한 고대 시암 왕국 설화 속 신하처럼 난처한 상황에 몰린 셈이다.
최근 이들 경기장을 활용한 건 1년에 사나흘 열리는 전국동계체전, 산불 이재민 대피소 등 손에 꼽을 만하다. 국내 동계 종목 선수 70%가 수도권에 몰린 탓에 연습장으로도 쓰지 못한다. 올림픽을 치르면 강원도가 '동계 스포츠 메카'가 될 것이라 호들갑을 떨더니 적자가 쌓인 지금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동계스포츠 저변과 수요를 고려하지 않고 경기장을 마구 지은 결과는 이렇게 뼈아프다.
이 와중에 강릉시가 경기장 인프라를 재활용해 올림픽 유치에 나서겠다고 밝혔으나 시점은 2042년이다. 그들의 바람대로 24년 만에 올림픽을 연다고 해도 폐막 뒤 지금과 같은 걱정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올림픽이 아무리 화려한들 단기 처방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혈세 먹는 하마'라는 처지 또한 바뀌지 않는다.
평창올림픽에 앞서 아시안게임 등 대형 이벤트를 치렀던 곳들 역시 하얀 코끼리 탓에 골머리를 앓는다. 그렇다고 정부가 수십 개에 달하는 경기장을 떠맡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부담은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이 된다.
최근에는 아레나(대형공연장) 건립 붐이 일고 있다. 방탄소년단(BTS) 완전체 복귀 등 K팝 열풍을 등에 업고 수도권에만 적게는 2만 석, 많게는 5만 석 규모의 공연장 6곳이 동시에 추진 중이라고 한다. 물론 K팝 열기를 전할 공연장은 필요하다. 그럼에도 몇 년 뒤 수도권이 하얀 코끼리 천국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 또한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 야구장과 축구전용구장, 에어돔 건설 공약이 쏟아진다. 그러나 부산 사직야구장을 대체할 구장 외에는 대형 경기장이 굳이 필요하지 않은 곳이 상당수다.
평창올림픽 사례에서 보듯, 대형 시설은 짓기보다 유지가 어렵다. 또한 국내 대규모 공연, 전시장 가운데 흑자를 내는 곳도 소수에 그친다. 여기에 지역별 경쟁이 더해진다면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질 게 뻔하다. "소모적인 유치 경쟁 대신 기존 시설을 개보수하고 수익모델을 다듬는 정부의 컨트롤타워 역할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다다익선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닌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