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인천서 16년 만의 내한 공연
20·30부터 중장년까지 세대 아우른 록 열기

58년 경력의 전설은 록이 결코 죽지도, 늙지도 않는 장르임을 증명했다. 40대의 '젊은' 기타리스트를 새로 영입하고도 평균 연령이 73세에 이르는 노장 밴드는 진보라색 열정으로 국내 팬들과 호흡했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시끄러운 밴드'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던 영국 하드록의 전설 딥 퍼플이 18일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컬처파크 야외 무대에서 16년 만에 내한 공연을 펼쳤다. 새 멤버 사이먼 맥브라이드의 첫 한국 무대이기도 했다. 맥브라이드는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공연 당시 기타를 연주했던 스티브 모스가 아내의 병 간호를 위해 2022년 탈퇴한 뒤 합류했다. 노장 밴드의 공연이지만 중장년층 팬들은 물론 20, 30대 팬들도 상당수 객석을 채운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언 길런, 로저 글로버, 이언 페이스, 돈 에어리 등 기존 멤버들은 자신들의 대표곡 중 하나인 '하이웨이 스타(Highway Star)'로 질주를 시작했다. 캐주얼한 반소매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으로 등장한 길런은 전성기의 음색과는 달랐지만 시종일관 온 힘을 다하는 열정적인 가창으로 팬들을 사로잡았다. '인투 더 파이어(Into the Fire)'에선 눈을 질끈 감고 고음을 쥐어짜듯 토해내 환호를 이끌어냈다. 이 곡을 마친 뒤 그는 잠시 원년 멤버인 존 로드를 추모하기도 했다.

유일한 원년 멤버인 드러머 페이스와, 베이시스트 글로버는 노련한 연주로 밴드의 기둥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글로버는 글렌 휴즈가 베이스를 맡았던 시기를 빼면 사실상 대부분의 삶을 딥 퍼플과 함께했다. 또 맥브라이드는 유명 기타리스트 비비언 캠벨이 원년 멤버였던 북아일랜드 헤비메탈 밴드 스위트 새비지 출신으로, 강렬하고 단단한 연주와 젊은 혈기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맥브라이드와 키보디스트인 에어리는 각자 즉흥 연주를 한 차례씩 펼친 데 이어, 곡 중간에도 긴 솔로를 간간이 이어갔다. 특히 16년 전 내한 공연에서 솔로 연주로 '아리랑’을 연주해 박수를 받았던 에어리는 하드록에서 프로그레시브록, 클래식(모차르트의 ‘터키 행진곡’) 등을 아우르는 화려한 솔로 연주에 애국가를 이어 붙여 관객의 떼창을 이끌어냈다.
이번 공연은 2년 전 발표한 23번째 스튜디오 앨범 '=1' 발매에 이어진 월드 투어다. 딥 퍼플은 자신들의 최전성기를 대표하는 두 앨범 '인 록(In Rock)'과 '머신 헤드(Machine Head)' 중심으로 공연을 채우면서도 새 앨범에 담긴 '어 빗 온 더 사이드(A Bit on the Side)' '블리딩 오비어스(Bleeding Obvious)' '레이지 소드(Lazy Sod)' 3곡을 연주하며 밴드의 과거와 현재를 함께 보여줬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밴드의 최고 히트곡이자 본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한 '스모크 온 더 워터(Smoke on the Water)'였다. "딥 퍼플! 딥 퍼플!"을 연호하는 관객들에게 맥브라이드의 강력한 리프 연주가 쏟아지자 공연장은 진한 보랏빛 록으로 달아올랐다. 1시간 40여 분의 공연 중 가장 큰 떼창이 터져나온 순간이기도 했다.

연주곡 '기네시스(Guinnesis)'로 시작한 앙코르 무대는 데뷔 앨범에 수록된 '허시(Hush)'와 네 번째 앨범 '인 록'에 담긴 '블랙 나이트(Black Night)'로 끝을 맺었다. "너무나도 멋진 관객"이라며 국내 팬들에게 감사를 표한 길런은 "다음 한국 공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으로 작별 인사를 대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