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올해만 46건
삼천당 주가 27% 시총 5.2조 빠져
투자자 피해 커져… "규제 강화해야"부실기업 퇴출 압박이 강화되는 가운데 불성실공시 리스크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 불성실공시 이슈로 주가가 급락한 삼천당제약 사례처럼 개인 투자자 피해가 확산하고 있지만, 일부 기업의 공시 지연·번복·누락 등 불성실공시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정부의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건수는 2022년 83건에서 2024년 159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엔 134건으로 소폭 줄었지만, 올해(1월 1일~4월 19일) 다시 46건을 기록하며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연간 150건을 웃돌 가능성이 크다.
퇴출 압박에도 불성실공시 여전
올해 시장별 비중은 코스닥이 52.2%로 가장 높았고, 코스피(41.3%), 코넥스(6.5%)가 뒤를 이었다. 거래소는 상장사가 공시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해 벌점 부과 등 제재를 가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상장폐지 요건을 회피하는 이른바 좀비기업 퇴출에 나섰지만, 불성실공시 행태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모습이다.
거래소는 한화솔루션이 유상증자 발행 규모를 2조4,000억 원에서 1조8,000억 원으로 약 24% 축소한 점을 문제 삼아 17일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예고했다. CJ대한통운은 2월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최종 지정돼 제재금 800만 원을 부과받았다. 리비아 대수로 공사와 관련해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 반소 제기 사실을 '늑장 공시'한 데 따른 것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최대 주주 변경 번복, 유상증자 등 자금조달 실패, 대규모 공급계약 미이행 등 공시 변경·번복 사유가 발생한 불성실공시 기업 상당수는 기업 계속성과 경영 투명성이 미흡했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불성실공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날 경우 주가가 크게 흔들리는 사례도 많다. 삼천당제약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달 31일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예고 소식이 알려진 직후 이틀(이달 1, 2일)간 26.5% 급락했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도 약 5조1,600억 원 증발했다.
"제재보다 악재 숨기는 게 더 유리"
불성실공시로 상장폐지에 이를 경우 투자자 손실은 더욱 커진다. 거래소가 2021년부터 올해 2월까지 코스닥시장 실질심사 사유 발생 기업을 분석한 결과, 불성실공시 비중은 15.6%로 횡령·배임(26.2%)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실제 상장폐지로 이어진 사례에서도 불성실공시 비중은 22.2%에 달했다.
한때 이차전지 대표주로 꼽히던 금양은 지난해 3월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되면서 누계 벌점 15점을 넘겨 상장폐지 갈림길에 서게 됐다. 내달 26일 상폐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전문가들은 제재 수위를 한층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
불성실공시에 따른 제재보다 악재를 숨기는 것이 기업에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공시 행태가 개선되지 않는 것"이라며 "거래소가 규제를 손질하는 동시에 피해 투자자들이 집단 소송을 적극 제기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거래소 공시 규정을 위반한 경우 정정 요구와 벌금 부과에 그치지 않고, 허위공시에 대한 민형사상 처벌도 가능하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증시 활황으로 주가 민감도가 높아진 코스닥 시장에서 불성실공시가 더 빈번하게 발생하는 만큼 투명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