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들어오는 에너지와 나가는 에너지가 균형을 이루며 온도를 유지합니다. 태양에서 나오는 빛과 열에너지를 태양복사 에너지라고 합니다. 지구는 이 에너지의 일부를 우주로 반사하고 일부는 흡수합니다.
태양복사 에너지가 반사되거나 흡수되는 양은 물체의 표면에 따라 달라집니다. 눈이나 얼음, 구름처럼 밝은 표면은 에너지를 많이 반사합니다. 바다나 숲, 흙처럼 어두운 표면은 에너지를 적게 반사하고 더 많이 흡수합니다.
표면의 밝기나 재질에 따라 태양복사 에너지를 얼마나 반사하는지 나타낸 값을 '알베도'라고 합니다. 알베도는 0과 1 사이 값으로 표시합니다. 알베도 0은 에너지를 모두 흡수함을, 알베도 1은 모두 반사함을 뜻합니다.
깨끗한 눈과 빙하의 알베도는 약 0.7~0.8로, 표면에 받은 태양에너지의 약 70~80%를 반사합니다. 눈과 얼음으로 덮인 극지방을 '지구의 반사판'이라 부르는 이유입니다.
지구 온도가 상승하면서 북극이 반사하는 태양복사 에너지의 양이 줄고 있습니다. 북극에 넓게 퍼진 해빙이 빠르게 녹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닷물이 얼어 만들어진 해빙은 두께가 수 m 정도로 얇습니다. 바다 위에 떠 있어 위로는 공기, 아래로는 바닷물의 온도에 영향을 받습니다. 육지에 눈이 쌓여 굳어진 빙하보다 해빙이 더 빨리 녹는 이유입니다.
해빙이 녹으면 바닷물이 드러납니다. 푸른 바다의 알베도는 약 0.1로 태양복사 에너지의 10%만 반사하고 90%를 흡수합니다. 바다와 공기가 열을 흡수해 따뜻해지면 해빙이 더 빨리 녹고 북극이 흡수하는 열이 다시 늘어나는 악순환이 발생합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세계기상기구 등에 따르면 북극은 지구의 다른 지역보다 2~3배 빠르게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북극 온도가 올라가면 두터운 육지 빙하도 점차 녹기 시작합니다. 녹은 물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면 해수면이 높아집니다.
해수면이 상승하면 해안 지역이 물에 잠겨 생물의 서식지가 사라지고 바닷물의 면적과 온도, 양이 변해 기후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과학자들이 기후 변화의 중요한 신호인 북극의 얼음 상태를 주의 깊게 살펴보는 이유입니다.
● 그린란드 얼음, 시커메지는 이유는?
북극에 위치한 그린란드는 국토의 약 80%가 빙상으로 덮인 섬입니다. 빙상은 얼음덩어리가 5만 km² 이상 넓게 펼쳐진 것을 뜻합니다. 그린란드 빙상도 해빙처럼 태양복사 에너지를 반사해 지구의 온도를 조절합니다.
2000년대 이후 그린란드 빙상 서쪽에 검은 띠처럼 얼음 색이 어둡게 변한 '다크 존'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얼음 위에 어두운색 미세조류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미세조류는 물·눈·얼음 표면에 살며 햇빛을 이용해 양분을 얻는 작은 생물입니다.
본래 햇빛을 흡수하는 색소인 엽록소 때문에 녹색을 띠지만 강한 햇빛에 오래 노출되면 자신을 보호하려고 붉은색이나 갈색 색소를 만듭니다. 다만 어떻게 해서 그린란드 빙상에 어두운색 미세조류가 넓게 퍼졌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2026년 1월 캐나다 워털루대 등 공동 연구팀은 다크 존 주변에서 날아온 먼지가 얼음 속 미세조류의 번식을 도왔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환경과학 기술'에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다크 존 부근의 공기에서 에어로졸을, 빙상에서 눈과 얼음 조각을 채취해 성분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에어로졸과 눈, 얼음 조각 모두에서 광물 먼지 입자가 확인됐습니다. 광물 먼지는 빙상 주변 맨땅에서 암석 등이 부서져 생긴 것으로, 바람을 타고 다크 존으로 이동한 것이었습니다.
광물 먼지에는 인(P) 성분이 풍부하게 포함돼 있었습니다. 인은 생물이 자라는 데 꼭 필요한 영양소입니다. 인이 섞인 먼지가 빙상 위에 쌓이면서 미세조류의 번식을 도왔습니다. 미세조류가 늘고 색이 변할수록 빙상의 어두운 면적이 늘어나 태양복사 에너지를 더 많이 흡수했습니다. 다크 존은 결국 그린란드 빙상에서 가장 빠르게 녹는 지역이 됐습니다.
전 세계에서 남극 빙상 다음으로 큰 그린란드 빙상이 녹으면 해수면 상승 위험이 커집니다. 연구팀은 "기온이 올라가면 미세조류가 빙상 북쪽과 안쪽까지 퍼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빙상이 어두워지고 녹는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