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 치료 돌파구로 기대를 모았던 항아밀로이드계 약물의 임상 효과가 낮고 부작용 위험이 크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해석이 엇갈린다.
이탈리아 볼로냐 IRCCS 신경과학연구소·네덜란드·스위스 공동 연구팀은 항아밀로이드계 약물 7종의 임상 데이터를 종합 분석한 결과를 16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코크란 라이브러리'에 발표했다. 코크란은 전세계 130여 개국 1만명 이상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국제 비영리 단체다. 의학 임상 연구의 '체계적 문헌고찰' 분야에서 신뢰도가 높아 리뷰 결과를 다양한 임상 진료 지침과 국제 기구 정책에 활용한다.
연구팀은 17개 임상시험 총 2만343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항아밀로이드계 약물에 알츠하이머병 치료 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항아밀로이드 약물은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에 쌓이는 것을 막아 병의 진행을 늦추는 것을 목표로 개발됐다.
분석 대상 17개 임상시험에 쓰인 약물은 승인 약물 3종과 비승인 약물 4종으로 총 7가지였다. 승인 약물 기반 시험은 아두카누맙 3건·도나네맙 1건·레카네맙 1건으로 5건이었고 나머지 12건은 비승인 약물(바피누주맙 4건·크레네주맙 2건·간테네루맙 4건·솔라네주맙 2건) 기반 시험이었다.
연구팀은 각 임상시험의 효과값에 연구 규모와 오차 크기에 따라 가중치를 달리 부여하는 '역분산 가중법'을 적용해 가중 평균을 산출했다. 서로 다른 집단 데이터 간 차이를 반영하는 랜덤 효과 모형도 통계 산출에 활용했다.
승인 약물 3종 가운데 아두카누맙은 효과 논란으로 바이오젠이 생산을 중단해 사실상 레카네맙과 도나네맙 두 가지만 처방된다. 레카네맙은 2023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이후 일본·중국·홍콩 등 50개국이 승인했으며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2024년 5월 승인을 완료했다. 도나네맙은 2024년 7월 FDA 승인 이후 일본·중국·호주 등 일부 국가가 뒤따라 승인했다.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는 비용 대비 효과가 낮다는 이유로 공공의료 적용을 보류했다.
연구팀은 실제 약물을 투여한 집단과 가짜 약을 투여한 위약군을 비교했다. 인지 기능을 평가하는 'ADAS-Cog' 점수 개선 폭은 평균 0.85점에 그쳤다.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로 보는 기준인 2~4점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위약군과 비교해 치매 중증도(CDR-SB) 표준화 평균값은 0.12 낮았고 일상행동 능력(ADCS-ADL)은 0.09 높았으나 연구팀은 두 수치 모두 '효과가 거의 없거나 미미한 수준'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공동 저자인 에도 리처드 네덜란드 라드부드대 교수는 "환자나 보호자가 효과를 체감하기에는 변화가 너무 작다"고 설명했다.
반면 부작용 위험은 늘었다. 뇌 부종(ARIA-E)은 약물 투여군에서 1000명당 119명에서 나타나 위약군(12명)과 큰 차이를 보였다. 미세 출혈(ARIA-H) 발생도 약물 투여군이 7명으로 위약군(2명)보다 많았다.
리처드 교수는 투약 과정에서 환자 부담이 크다는 점도 지적했다. 항아밀로이드제는 2~4주마다 병원을 찾아 정맥 주사로 맞아야 하고 부작용 확인을 위해 주기적으로 자기공명영상(MRI)도 촬영해야 한다.
이창준 기초과학연구원(IBS) 기억 및 교세포 연구단 단장은 "초기에 보고된 약물 데이터에 과장된 부분이 많아 FDA 승인을 받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다양한 신약 부작용이 보고되는 가운데 심각한 문제점들을 실제 임상 결과로 재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연구 결과를 둘러싼 해석에 이견도 적지 않다. 일부 전문가들은 분석에 포함된 약물 7개 중 임상 승인 약물은 3개에 불과해 항아밀로이드계열 약물이 전부 효과가 없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묵인희 서울대의대 교수는 "승인 약물 수가 적고 비승인 약물 데이터가 혼재한 점, 대다수 임상시험이 18개월 내외로 진행된 점을 고려하면 장기적 유효성과 안전성을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해외 전문가들도 비슷한 문제를 제기했다. 수전 콜하스 영국 알츠하이머 리서치 연구 총괄 책임자는 "아밀로이드 제거 방식이 서로 조금씩 다른 약물들을 한 그룹으로 묶어 평가하면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바트 드 스트로퍼 런던대(UCL) 교수도 "임상 성공 약물과 실패 약물 데이터를 합쳐 평균을 내면 효과가 약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드 스트로퍼 교수는 분석 결과가 생물학적 결론이 아닌 단순한 통계적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이번 분석이 항아밀로이드 전략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니키앤 윌슨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선임연구원은 "단일 기전만으로는 알츠하이머병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생활습관 개선 등 다중 접근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를 이끈 프란체스크 노니노 이탈리아 볼로냐 신경과학연구소 신경과 전문의(교수?)는 "아밀로이드를 제거해도 환자에게 유의미한 임상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했다"며 "앞으로 다른 치료 방향을 탐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묵 교수는 "한국이 고가 신약을 도입할 때 통계적 개선 수치에만 매몰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비용 대비 효과와 환자 선별 전략을 엄격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doi.org/10.1002/14651858.CD0162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