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형 당뇨 환자는 아침보다 오후에 운동할 때 혈당 감소 효과가 크다는 연구 분석이 나왔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운동 시간대가 생체 리듬의 영향으로 신체 대사 반응에 차이를 가져온다는 리뷰 논문이 지난달 국제학술지 '내분비학·대사 트렌드'에 실렸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노보노디스크재단 기초대사연구센터 연구팀은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의 오전·오후 운동 효과를 비교한 기존 연구들을 종합 분석한 결과 오후 시간대 운동이 혈당 조절에 더 유리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제2형 당뇨병은 인슐린 작용이 원활하지 않고 인슐린 분비 장애가 생겨 혈당이 높아지는 병으로 한국인 당뇨병 환자 상당수가 2형 당뇨병을 앓고 있다.
인체는 약 24시간 주기의 '일주기 리듬(서카디안 리듬)'에 맞춰 호르몬 분비와 대사 작용을 조절한다. 연구팀은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은 일주기 리듬이 깨진 경우가 많아 운동 시간대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고 설명했다.
분석 결과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은 같은 고강도 운동을 하더라도 오후에 실시하면 혈당 수치가 낮아지고 감소 효과가 최대 24시간 지속됐다. 반면 아침 운동은 오히려 혈당을 높이고 인슐린 반응을 떨어뜨리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은 여러 연구를 근거로 제시했다. 2019년 스웨덴 연구팀은 오후에 고강도인터벌운동(HIIT)을 한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의 인슐린 반응성이 높아지고 공복 혈당이 감소했으나 아침에 HIIT를 한 환자들은 2시간 뒤 혈당이 오히려 상승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2019년 당뇨병학 국제학술지 '다이어베톨로지아'에 실렸다.
2022년 네덜란드 연구팀은 오후 운동을 한 당뇨 환자들의 인슐린 저항성이 오전 운동 환자들보다 25% 낮았다고 같은 학술지에 발표했다. 인슐린 저항성은 세포가 인슐린에 반응하지 않아 혈당 조절에 실패하는 상태를 말한다.
더 큰 차이를 확인한 연구들도 있다. 2024년 호주 연구팀은 2만9000명 이상을 분석해 비만 성인 가운데 저녁 시간(18~24시)에 운동한 집단이 사망·심혈관질환·미세혈관질환 위험이 가장 낮았으며 제2형 당뇨 환자 약 3000명도 같은 패턴을 보였다고 국제학술지 '미국당뇨협회 당뇨 케어'에 발표했다.
2023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발표된 대규모 집단 연구도 유사한 경향을 확인했다. 영국 바이오뱅크 7만 617명(40~69세)을 분석한 결과 중강도 이상 신체활동(MVPA)을 정오에서 오후 사이(11~17시)에 주로 수행한 집단의 전체 사망 및 심혈관질환 위험이 가장 낮았다.
연구팀은 운동 시간대에 따른 혈당 차이를 '새벽 현상'으로 설명한다. 아침에는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이 증가해 간이 더 많은 포도당을 방출한다. 운동까지 더해지면 근육의 에너지 수요가 커져 포도당 방출이 추가로 늘어난다.
건강한 사람은 오전에 포도당이 늘어도 운동으로 근육이 포도당을 모두 소비해 혈당이 오르지 않는다. 제2형 당뇨 환자는 인슐린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늘어난 포도당을 충분히 처리하지 못하고 혈중에 쌓이게 된다.
오후에는 오전보다 인슐린 반응성이 높아진 상태여서 운동의 혈당 감소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른 아침 고강도 운동을 할수록 코르티솔 농도가 높아지고 근육의 포도당 수요도 커져 하루 종일 높은 혈당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연구팀은 운동 시간대보다 운동 자체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분석에 참여한 줄린 지어라스 캐롤린스카의대 교수는 "어느 시간에 운동하든 하지 않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말했다. 다만 분석 대상 연구 대부분이 성인 남성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연구였기 때문에, 여성과 고령층에도 같은 결과가 적용되는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해리엇 월버그-헨릭슨 캐롤린스카대 생리학 교수는 "제2형 당뇨병이 있으면서 오전 운동을 선호한다면 저강도 운동을 권한다"고 말했다. 걷기 등 가벼운 신체활동은 시간대의 영향을 덜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서도 운동 시간대를 선택할 수 있다면 오후나 저녁 운동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분석에 참여하지 않은 트리네 모홀트 노르웨이 과학기술대 교수는 "운동 시간대에 따라 일부 결과가 달라질 수 있지만, 대부분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일상 속에서 꾸준히 운동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doi.org/10.1016/j.tem.2026.01.015
doi.org/10.1038/s41467-023-36546-5
doi.org/10.2337/dc23-24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