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 보름달 아래 쪽빛으로 물든 그랜드캐니언, 까마득한 절벽 사이로 콜로라도강이 가느다란 실처럼 구불구불 흘러내려 가는 장면이 이번 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표지를 장식했다. 세계적인 절경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새로운 단서를 담은 연구 결과다.
존 히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지질학과 박사과정 연구원과 라이언 크로 미국 지질조사국 연구원 연구팀은 콜로라도강이 660만년 전 그랜드캐니언 상류 지역의 비다호치 분지에 물을 공급했다는 증거를 16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그랜드캐니언이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지질학계의 오랜 논쟁거리다. 콜로라도강이 1100만 년 전 콜로라도주 서부에 존재했고 560만년 전 이후 그랜드캐니언을 빠져나갔다는 사실은 확인됐다. 중간의 500만 년 동안 강이 어디로 흘렀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비다호치 분지의 사암층 19곳에서 지르콘 3596개를 채취해 분석했다. 지르콘은 모래 속에 섞여 있는 작은 광물 알갱이로 단단해서 강물에 쓸려 내려가도 부서지지 않고 오래 남는다. 지르콘의 연령 분포는 상류 지역 암석의 특성을 반영해 강마다 고유한 '지문'을 만든다. 분석 결과 660만 년 전을 기점으로 지르콘 연령 분포가 급격히 바뀌었다.
4000만~2500만 년 전의 지르콘은 콜로라도강 상류의 브라운스파크 지층에만 분포한다. 브라운스파크 지층은 산후안 화산대에서 분출된 화산재가 쌓여 만들어진 곳으로 비다호치 분지 주변에는 같은 시기 화산암이 없다. 따라서 비다호치 분지에서 해당 시기 지르콘이 발견됐다는 것은 먼 상류에서 강물에 실려 왔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비다호치 분지의 지르콘 연령 분포를 그랜드캐니언 하류의 초기 콜로라도강 퇴적층과 비교했다. 두 지역 모두 4000만~2500만 년 전 지르콘이 많았고 95만년, 170만년, 1100만년, 1450만년, 1700만년 전 등 비슷한 시기의 지르콘 분포가 거의 일치했다. 두 지역의 퇴적물이 같은 콜로라도강에서 왔다는 증거다. 660만 년 전 비다호치 분지에 콜로라도강이 흘러들었고 나중에 같은 강이 그랜드캐니언을 뚫고 하류로 흘렀다는 의미다.
같은 시기 퇴적 속도도 10배 빨라졌고 탄산염 속 스트론튬 동위원소 비율도 높아졌다. 빠른 물살에 사는 대형 어류 화석도 나타났다. 모두 콜로라도강이 비다호치 분지에 물과 퇴적물을 공급하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연구팀은 비다호치 분지가 콜로라도강 물로 채워져 거대한 호수가 됐고 수위가 넘칠 만큼 높아지자 서쪽으로 흘러나가며 그랜드캐니언을 파냈다는 '호수 범람' 가설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비다호치 지층 최상부 퇴적물은 해발 2250m에서 발견됐는데 현재 그랜드캐니언 남쪽 가장자리 최고점인 카이밥 아치(약 2300m)를 넘기에 충분한 높이다.
히 연구원은 "어떤 면에서 이것은 우리가 아는 오늘날 콜로라도강의 탄생"이라며 "대륙을 가로지르는 강이 생기면서 지역 전체 생태계가 바뀌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론도 있다. 로라 크로시·칼 칼스트롬 뉴멕시코대 교수는 비다호치 분지에 대규모 호수가 존재했다는 전제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다. 콜로라도강이 분지에 도착하기 1000만년 전 이미 지류인 리틀 콜로라도강이 골짜기를 파놓았다면, 물이 고여 호수를 이루지 않고 그대로 흘러갔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참고>
doi.org/10.1126/science.adz6826